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가

우리는 항상 누구가의 평가를 받고 살아왔다. 연주를 하고 나면 가장 흔한 말이지만 기분 좋은 말은 “잘했어!” “참 좋았어~” 이런 말이다. 레슨을 하다보면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잘했다는 말은 득이 되는 것 같지만 교수법에는 무조건 잘했다고 하기보다는 정말 잘했을 때만 얘기해주라고 한다. 무조건적인 칭찬은 진지한 연주자가 발전하는데 꼭 도움이 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칭찬은 누군가를 가둘 수 있다. 그 말은 너무 달콤하기 때문에 특히 칭찬을 하는 사람이 본인이 존경하는 사람이면 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런 입장이 되면 말조심을 해야한다…

칭찬의 다른 면모에는 이런 것도 있다. 우리는 항상 어려서부터 누군가의 평가의 대상이면서 다른 이를 평가하는 비평가이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여성 회사 중역이 호스트바의 젊은 남성에게 외모 칭찬을 받고 회사 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되려 “네가 감히 내 외모를 평가하는 거니?”하며 굴욕을 주는 장면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실없는 칭찬이 삶의 기로를 오가는 괴로움을 느끼는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분노를 가져오는 식이였는데, 누가 누구를 칭찬하는 것은 평가하는 행위일 수 있고,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해도 평가를 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불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걸까;;? 방법은 다양하다. 연주 뒤에 박수나 환호로 표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자기 감정에 더욱 솔직했던 옛날에는 야유나 제스쳐도 흔히 있었다고들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누군가 내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학문은 기분이나 감정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의 전제는 내가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발전하고 나아가고 싶다면이다. 학교에서는 방법적인 차원으로 누군가에게 감상 (feedback)을 줄 때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두 가지를 얘기하라고 한다. 가령 예를 들면 그냥 좋았다가 아니라 ‘나는 당신의 연주에서 이 부분이 좋았는데, 왜냐하면…이렇게 느꼈기 때문이에요”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교육한다. 음악은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예술이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연습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의 연주는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음정, 박자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하급이며 기초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추어이든 전문 예술인이건 누군가의 평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대에 선다. 엄청난 용기이다. 그 용기만 가지고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 무대에 서기 전에 수많은 연습과 혼자 가졌던 생각들이 결정체가 되어 불과 몇 분의 공연을 올린다. 그 중의 한 음만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받을 수 있는데 누군가 그 음을 지적한다면… 그것은 최악이다! 아뭏든 이 모든 걸 감수하고도 무대에 오르는 것은 멘탈이 강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요즘은 전문 연주인 뿐 아니라 아마추어의 진정성 있는 무대도 환영을 받는 시대이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일 수 있다. 그 연주를 듣는 이들이 연주자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용기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굳이, 고래를 춤추게 할 칭찬할 어구를 자신의 음악적인 소양을 뽐내려고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박수와 환호 소리 뿐 아니라 기꺼이 시간과 귀를 내어준 청중들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기에, 요즘은 연주자와 청중이 서로 박수를 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다양성 안에 혼돈이 아닌 주관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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