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사람의 유형에도 가슴이 뜨거운 다혈질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 있듯이, 음악도 작곡가의 성향에 따라 감성적인 음악과 이성적인 음악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음악하면 비오는 날에 듣는 쇼팽은 그야말로 일품이며, 이성적인 음악은 대체로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바하와 헨델의 음악을 아침에 들으면 잠이 깨면서 동시에 뇌도 깨우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로만 너무 치우치면 몸과 마음과 감성과 이성이 조화롭지 못하듯이, 감성적인 음악은 마치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는 것 마냥 논리가 앞으로 진전이 되지 않는 듯 하고, 이성과 양식에만 치우친 음악은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 말장난이나 논리로 그치기가 쉽죠.

그런 점에서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감동시키는 조화로운 음악이 떠오르는데요,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바이올린 소나타입니다.

프랑크는 벨기에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피아니스트, 오르간 주자, 작곡가였습니다. 어려서는 신동 피아니스트로 극성인 아버지에 의해 음악회 연주를 하고 다녔지만, 아버지로부터 독립한 이후로는 뛰어난 오르간 주자로서 자리 매김을 하고, 파리 국립 음악원에서 가르치고 작곡을 하며 그 스스로 원하는 음악을 추구하였습니다. 특히 ‘생명의 양식 (Panis Angelicus)’이라는 곡의 작곡자로 유명합니다. 카톨릭 미사 전례 중 성체에 연주되는 음악으로 자주 사용되곤 하지요.

파바로티와 아마추어 성악가였던 아버지가 함께 부르는 영상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인에게 고정적인 수입을 받으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경우가 오르가니스트가 되는 것이었는데요, 유명한 음악인 중에서는 바하가 대표적인 예이고, 프랑크, 생상, 포레 등 많은 작곡가들이 오르가니스트로서 일했죠. 세자르 프랑크 또한 당대의 실력있는 오르가니트스였으며, 작곡가로서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명세를 타지 못했지만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의 몇 안되는 작품 중에 완벽한 작품성과 우아한 선율의 아름다움으로 연주자와 청중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곡입니다.

이 곡은 프랑크가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헌정하여 그의 결혼식에 초연된 곡인데, 다음 연주는 이자이가 그의 바이올린 곡을 헌정하기도 했던 바이올리니트스 쟈크 티보의 연주입니다.

Violin Sonata in A major by César Frank

이 곡은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지며, 프랑스 영화와도 같은 알 듯 모를 듯한 신비스런 1악장의 주제가, 악장마다 다른 형식으로 연결되면서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2,3악장으로 갈수록 치닫고 나갑니다. 4악장에서는 다시 차분하게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대화하는 듯이 시작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의 명반으로 꼽히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리히터의 연주입니다.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소리는 따뜻한 반면,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소리는 상대적으로 차갑고 빈틈이 없는 냉철한 성격이네요. 하지만 겨울의 추위와 같이 예리하게 파고들어 온 몸의 전율을 느끼게 하기 충분합니다. 루빈스타인의 피아노 협연으로 4악장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에 대한 2개의 생각

  1. 역시 나는 하이페츠보다는 오이스트라흐 쪽.^ 파바로치 아버지가 아마츄어 성악가인 줄 몰랐어요. 부자가 어우러진 화음이 참 듣기 좋군요. 이성과 감정에 대한 글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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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교 1학년 음악 스터디 그룹에서 처음으로 감상글을 써봤던 곡이어서 남다른 느낌이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좋은 곡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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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미님에게 덧글 달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