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BWV 988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여름에 쓰는 음악 이야기’가 ‘가을에 쓰는 음악 이야기’로 넘어갈 시기가 되었음을 느낍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훌륭한 음악은 언제든지 정신을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하곤 하지요.

저에게는 바하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Goldberg Variations)’이 아침시간에 정신을 맑게 해주는 곡으로 첫 째로 손꼽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주제인 아리아 (Aria)와 30개의 짧은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얼핏들으면 무엇이 변주가 되었는지 찾아내기를 힘듭니다. 그 이유는 변주가 된 기본 멜로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왼손이 연주하는 베이스 라인이 (G-F#-E-A-…) 변주곡마다 같이 쓰여서 곡마다 기본 화성은 같고 멜로디나 리듬, 박자가 변화무쌍하게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이 곡은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를 위하여 쓰여졌는데요, 하프시코드 연주로 한 번 아리아를 먼저 감상해보시죠.

이 곡의 탄생 유래도 재미있는데요, 당시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던 카이저링 러시아 대사가 데리고 있던 골드베르그 (하프시코드 연주자)에게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들을 만한 좋은 변주곡이 없는지 물어봐서, 골드베르그는 선생님인 바하에게 찾아가서 작곡을 의뢰했고 그래서 이 곡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당시 골드베르그의 나이가 14세인 점과 다른 여러가지 정황을 봤을 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고 하네요. 곡의 구조나 변화가 들을 수록 신비스런 수수께끼와 같이 느껴지는 이 곡을 들으면서 과연 잠을 잘 수 있었을까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구요.

골드베르그 변주곡하면 글렌 굴드 (Glenn Gould 1932~1982)라는 피아니스트와 따로 떼어서 얘기할 수가 없는데요, 이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는 젊어서 데뷰 앨범곡으로 이 곡을 선택합니다. 1955년에 나온 이 앨범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이 곡을 굴렌 굴드와 함께 유명하게 만든 역할을 했는데요, 특이한 곡 해석과 피아노 실력이 돋보입니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여러가지 기이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비난을 받았는데요, 특히 그의 음반을 사서 들어보면 피아노 소리와 함께 음을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함께 들립니다. 그 허밍 소리를 내지 않으면 피아노를 칠 수 없고, 그당시 기술로는 그 소리를 따로 없앨 수 없었으니 그의 연주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실하게 나뉩니다. 하지만 그의 학구적인 음악 해석으로 바하의 음악이 새로 태어나다시피 했고, 대단히 개성이 강한 독보적인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해석을 선보인 그의 음악적 업적은 대단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 곡을 다시 한 번 녹음합니다. 이때 글렌 굴드는 이미 연주회장에서는 은퇴를 선언하고 녹음실에서 음반작업만 하고 있을 때였죠. 50세에 가까운 그의 연주는 그 전과 사뭇 다릅니다. 템포가 많이 느려진 점이 가장 두드러지고요, 한 연주자에 의해 같은 곡의 다른 해석을 듣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그는 바하의 음악을 통해서 다른 세계에 들어간 엑스터시를 보여주는 듯 하다고 할까요, 한 음 한 음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여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이런 독보적인 연주도 계속 듣다보면 지겨워지기도 합니다. 음식으로 보면 무난한 밥상이 아니라 이국적이고 자극적인 밥상을 계속 접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연주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음악을 선보이는 것처럼 청중도 세월이 흐르면서 무난한 음악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좋은 연주들도 많이 찾을 수 있는데요.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로 감상해보시죠.

이 연주는 더 매끄럽고 우아한 느낌입니다. 위대한 바하와 위대한 연주자들의 만남은 저희에게 훌륭한 음악을 선사해주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바하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BWV 988”에 대한 1개의 생각

  1. 처음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전집을 사서 자취방에서 혼자 들었던 기억이 나서 웃었어요. 어디서 귀신이 따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줄 알고 무서워서 꼼짝 못했었거든요. 나이 든 굴드의 연주, 군더더기 하나 없는 지독할 정도로 정결한 연주 여전히 절 매료시키네요. 쉬프 연주는, 그 부드러움이 맘을 녹여요. 오래 전에 쉬프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골드베르그를 연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저도 가끔씩 아침에 골드베르그 연주를 듣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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