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위로를 주는 음악

마음이 헛헛할 때,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지 못할 때, 찾아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신기한 것은 마음이 가라앉을 때 역시 가라앉는 음악을 들으면 같이 내려가지 않고 위로가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문제가 있을 때 옆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보다는 들어주고 공감만 해주는 것이 더 위로가 되는 것과 비슷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혼자서만 즐기기에는 아까운, 나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는 음악을 소개한다.

~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 ~

첼로 솔로로 시작하는 이 악장은 이 곡이 첼로협주곡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브람스는 따뜻한 음색을 내는 악기를 좋아했는데, 첼로와 호른이 대표적인 악기다. 그의 아버지가 호른과 더블베이스 연주자였고, 17세 연상의 어머니와 결혼한 점, 그리고 브람스 자신도 14세 연상의 클라라 슈만을 존경하고 사랑한 점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협주곡의 1악장도 호른이 서두를 연다.

브람스는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는데, 1번은 24세의 젊은 나이에 만들었고, 20년이 지난 후에 2번을 완성하는데 교향곡과 같이 4악장형식이다 (협주곡은 보통 3악장). 연주자들에게는 소화하기 어려운 곡으로 유명하다. 브람스 음악은 기교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특히 단순하지 않은 프레이징, 곡표현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그의 음악의 특징은 단순함과 복잡함, 피아니시모와 포르티시모 등, 극과 극의 대조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점인데 , 그의 내면도 음악만큼 상당히 복잡한 스타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필자에게 이 피아노 협주곡의 3악장은 따뜻하게 내 마음을 풀어주는 친구임에 틀림이 없다.

https://youtu.be/yTd4FioK_RM (피아노, 크리스티안 짐머만 / 지휘, 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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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곡 감상 https://youtu.be/n94vcKmDJwo

~ 바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

https://youtu.be/Z4LFjuWvwzw (바이올린, 이자크 펄만, 핀커스 주커만) 2악장 4:01

마찬가지로 이 곡도 협주곡이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협연을 하는 곡이며, 특히 템포가 느린 2악장은 처음들었을 때 천상의 소리가 과연 이렇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평화스러움, 그 자체이다. 바하는 참으로 경이롭다. 단순한 선율 가운데 어떻게 이런 신의 경지를 노래할 수 있을까 싶은… 긴 말이 필요없는 곡이다. 두 대의 바이올린이 서로 주고 받고 대화하듯이 주제를 번갈아 조화롭게 연주한다.

2악장, 바이올린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예후디 메뉴인 연주 https://youtu.be/zf1X7ppZiIQ

~ 라흐마니노흐, 교향곡 2번, 3악장 ~ https://youtu.be/QNRxHyZDU-Q

이 곡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과 같이 서정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곡이지만 다른 라흐마니노흐의 곡에 비해 최근에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선율에 취해보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은 곡이다.

~ 바그너, 지그프리트 목가 ~ https://youtu.be/891JUSQplzU

우연히 드라마에서 듣고 찾아 듣게 된 음악인데, 그 평화로운 분위기와 조용함이 쉼을 주는 곡이다. 바그너가 늙으막에 재혼을 하여 아들을 얻게 되는데 그 아들의 이름이 지그프리트이다. 그의 부인은 바그너의 스승인 리스트의 딸 코지마인데, 이미 유부녀, 유부남이었던 그들은 이혼소송까지 하면서 결혼을 하게 되고, 56세에 아들을 얻게 된 바그너는, 이 곡을 아내의 생일 선물로 만들어 크리스마스 날 아침 그의 집에서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연주를 해주었다고 한다. 작곡가 연주가들의 인생은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데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은 이렇게 평화로우니 참으로 인생은 모순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

이 밖에도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등, 나에게 안식을 주는 훌륭한 클래식 음악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마지막으로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조성진의 연주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그는 23세의 나이로 2017년 11월, 부상으로 연주를 취소하게 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을 대신하여 베를린 필과의 협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베를린 필 상임 지휘자로 있던 사이몬 래틀이 16년간 함께 해온 베를린 필과의 마지막 아시아 투어연주였는데, 조성진은 라벨의 G장조 피아노 협주곡을 베를린, 홍콩,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세 차례 연주를 하였다. 사이몬 래틀은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친구이자,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조성진을 적극 추천했다고 하며, 조성진을 “피아노의 시인” 이라고 평하였다. 감상을 해보면 조성진은 과연 베를린 필과 연주를 하기에 손색이 없는 훌륭한 젊은 연주자이며, 지금까지 쇼팽 콩쿠르 우승자 답게 쇼팽 음악을 많이 연주하였고, 그밖의 선곡은 드뷔시, 모짜르트, 베토벤의 연주들이 많았는데, 2020년 일정을 보니 프로코피에프, 브람스, 리스트 등 폭넓게 작품을 넓혀가고 있는 듯 하여 반갑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그의 브람스의 연주를 들어보는 날을 고대해 본다. https://youtu.be/Sami1K3Tc8I (베를린 필과 협연 홍보영상)

베를린 필에서 비디오를 엄격하게 제한하므로 홍보 영상 외에 유튜브 영상을 찾을 수 없다. 전체 감상을 하려면 베를린 필 디지탈 홀 티켓을 회원제로 구입해야 한다. 조성진의 팬이라면,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세계로 뻗어가길 희망하는 의미에서 회원권을 구입하여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그렇게 해보았다. 음악 전문 촬영이라 그런지 영상이 훌륭하다. 악기가 변할 때마다 빠르게 클로즈업으로 악기 연주는 물론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라벨은 작곡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1929년, 전쟁 후 부상으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를 위하여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한다. 그 이듬해에 또다른 G장조 피아노 협주곡을 발표하는데 그 곡이 이 곡이다. 라벨은 오케스트레이션에 아주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데,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다양한 색채를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처럼, 다양한 악기를 정확한 때와 흐름에 맞게 잘 사용하여 음악의 생동감, 입체적인 맛을 내게 해준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처럼 그의 젊은 시절 피아노 소품을 관현악곡으로 옮긴 편곡도 유명하고, 특히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역시 피아노곡에서 관현악곡으로 라벨이 옮긴 곡이 가장 많이 연주되며 알려져 있다. 이 협주곡도 다양한 금관, 목관, 현악기, 그리고 타악기들의 사용, 특히 미국 방문 후 재즈음악의 영향 등으로 2악장을 제외하면 재즈 화성과 리드미컬한 연주가 펼쳐지며, 2악장은 1, 3악장과 대조적으로 아주 정적이고 서정적이며, 매우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한다.

~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https://youtu.be/GKkeDqJBlK8

24세 포레에게 사사받을 때 피아노 곡으로 만들었고, 11년 후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 특정 왕녀의 추모와는 상관이 없고 발라스케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나에게 위로를 주는 음악”에 대한 2개의 생각

  1. 오랜만에 찾아온 음악으로 큰 위로를 받습니다~~ 특히 브람스 음악을 들으며 삶에 지쳐있는 마음을 추스리게 되네요.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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